고영희김씨네 43

고양이의 신호와 집사의 반성.

얼마 전, 우리 고영희김씨네에는 작은, 아니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늦은 밤, 눈앞에 있던 단비가 갑자기 귀 뒤를 뒷발로 긁기 시작했다. ' 퍽! 퍽! 퍽!...... ' 소리가 이상했다. 멀리서 봐도 귀 뒤의 붉은 빛이 한눈에 들어왔고,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단비의 귀 뒤를 확인했는데...... 역시나. 강한 긁음으로 털은 빠지고 피는 흥건했다. 재빨리 피를 닦아내고, 사진을 찍고, 24시간 병원으로 출발했다. 출발 전, 아내와 대화를 하던 도중, 나는 기존에 완치된 링웜의 연장선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 안쪽의 문제를 언급했고, 동물병원에서의 상담에서도 그간에 있었던 여러 상황을 전달했다. 결과는 귀 안쪽의 외이염이었다. 상처의 처치와 소독, 외..

냥9.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악? 아이유 - 밤편지.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추위가 가고 바람은 솔솔~ 이제는 움직이면 제법 열이 나는 듯한 하루가 가고 있었다. 이런 날에 커피 한잔과 어울리는 음악은 필수라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던 중, 아이유의 밤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선곡. '이 밤~ 그날에~'.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잔다. 왜지? 함께 있던 루이는 갑자기 잔다. 딱히 이 시간에 자는 고양이가 아닌데,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인데, 그런데, 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존다. 눈이 무거운 게 느껴지고 꾸벅꾸벅....... '이 밤~ 그날에~'. '뚝'. 뭔가 느낌이 묘~해서 음악을 껐다. 갑자기 루이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다. '응?'. '이 밤~ 그날에~....'. 다시 졸기 시작한다. '이거 뭐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이유의 밤..

넥카라 벗은 고양이 김단비.

'아휴~ 대체 언제까지 넥카라 할 거니?' 고영희김씨네 둘째 고양이 김단비에게 하는 말이다. 첫 만남부터 힘들었고, 집에서 정상 생활을 하기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다 들어온 고양이라 그런가. 유독 단비는 허약한 느낌이다. 코숏 암컷에 3kg 겨우 나가는데, 길죽한 다리나 키를 봤을 때는 살짝 마른 편을 유지하는 것 같다. 먹는 것을 더 잘 먹이고 싶어도 신장이 약해, 처방식을 먹고 있는지라 이거 참... 집사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한동안 별일 없다가 최근 다시 링웜이 올라왔다. 덕분에 다시 병원에 다니고, 넥카라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요즘 말로 '맴찢(마음이 찢어짐)'이다. 나름대로 청소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링웜은 한 번 걸렸던 고양이의 면역이 떨어지면 재발하는 때도 상당히 되는 질병이기..

냥8. 고양이 인테리어? 결국 고양이에게 맞춰지더라.

루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움직임이 여러모로 신경 쓰이던 중, 우리 부부는 루이가 혹시라도 넘어질 것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단순 러그 하나만으로는 쿠션감이 조금 부족했고, 우리는 어느 정도의 쿠션감과 움직임에 유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두께감이 있는 장판이 깔린 집 상태를 생각할 때, 아이들 놀이 매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발톱을 이용하는 스크래칭이나 움직임에 아이들 매트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찾은 것이 타일 카페트라는 제품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포진해 있었고, 여러 제품 중, 두께감이 있는 모델을 골라 집에 직접 시공했다.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은 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루이를 키우면서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

곁에 항상 고양이가 있다는 것.

집에서 가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데, 귀신이나 스토커 같은 불쾌하거나 무서움이 아닌 아주 따뜻한 시선. 독립적이라고 많이 알려진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 생각보다 상당한 집사 바라기로서 자주 그런 시선을 주곤 한다. 좀 된 말이긴 하지만 '츤데레'라고 하던가? 고양이는 밀당의 기술을 타고났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고양이 이상의 밀당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내공 깊은 집사겠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세게 걸어오는 것이 고양이의 밀당이다. 행동교정이니 뭐니 하면서 눈길을 피하거나 스킨쉽을 조심하니마니 하다가도, 정신 차리고 보면 이미 '그래쪄요~?', '저래쪄요?' 하는 거 보면 처음부터 이건 진 싸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고양이는 항..

고양이 구토에 관한 모든 것.

고양이를 처음 키우면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 바로 고양이의 구토는 생활이라는 것. 꼭 어딘가 아플 때만 한다기보다는 조금 불편하거나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고양이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약간의 의지? 만 있으면 하는 것이 고양이의 구토다. - 여기서 '고양이의 구토는 습성'이라는 말도 나온다. - 문제는 정말 고양이가 아파서 나타내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구토이고, 아프다는 것을 알아도 구토라는 그 증상 하나만으론 어떤 것이 불편한지 추적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 무수히 많은 원인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토는 처음 접한 집사들을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증상이지만, 시간이 지나 고양이에게 조금 익숙해진 집사들에겐 그것과는 약간 다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증상이..

동물병원, 수의사 그리고 보호자의 이야기. (경험담)

장애나 허약한 고양이를 반려하다 보면 동물병원의 방문은 굉장히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지금은 그렇진 않지만, 루이와 단비 만나고 초기에는 거의 1주일에 1~2회 정도는 꾸준히 방문했는데, 삶의 시계가 동물병원 방문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동물병원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필자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존경한다. 계기가 좀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선생님, 저는 얘 없으면 못살아요.'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마디였다. 대기실에서 루이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병원은 매우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크면서도 떨리는 아주머니의 한마디는 필자의 눈길을 반강제로 끌었다. 타인의 이야기라 엿듣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지만, 남 일 같지 않은 것도 사실..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이벤트가 있는 달이다. 평소 해본 적 없는 생각이지만, 고양이 두 녀석과 함께 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부부는 루이와 단비에게 '엄마', '아빠'와 같은 호칭을 쓰지 않는다. 사실 이 블로그나 SNS 에서 '집사'라는 호칭도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할 뿐, 실제로는 '형과 누나, 언니와 오빠' 등을 사용하고 있다. 뭔가 낳아준 실제 부모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동생'들로 잘 돌보고 있다. 고양이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식들을 독립시키거나, 루이와 단비같이 허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다른 무리를 위해 도태시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집고양이였거나 세상 모든 것이 자연 친화..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침대생활.

봄이 왔다. 아~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하루들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눈을 뜨면 옆에 있는 고양이들은 아주 훌륭한 핫팩 기능으로 적당한 침대의 온기를 책임진다. 정신을 차려보면 일어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1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정도로 그 능력은 탁월(?)하다. 그 덕분에 일어나기가 참 힘든 건 부작용이지만....... 고양이도 늦잠을 자더라. 아침이 되면 난리를 친다는 고양이지만, 이불에 함께 들어와 있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함께 자 버릇하면 아침에도 뛰기보다는 함께 누워 있는 경우를 상당히 경험한다. 재미있는 점은 늦잠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점인데, 보통 루이나 단비는 밥시간에 칼 같이 뛰어나가거나, 아예 밥자리에서 20~30분 전부터 대기한다. 하지만 이런 뽀송뽀송한 날에는 ..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강요하지 않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 혹은 기타 많은 반려동물이 우리의 생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날로 집사생활을 하는 가구가 많아지고 있고,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 자체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집사생활하다 보면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몰랐는데 가족 중에 있을 수도 있고, 주위의 친구나 아니면 아예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우연히 읽은 글에서 욕먹는 일도 허다하다. 무엇이 되었든 서로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이해는 간다. 사실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동물에 관한 연구와 발전은 그들과 인간의 경계를 조금씩 낮추고 있지만, 아직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