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동물병원, 수의사 그리고 보호자의 이야기. (경험담)

백화집사 2021. 5. 14. 10:00

장애나 허약한 고양이를 반려하다 보면 동물병원의 방문은 굉장히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지금은 그렇진 않지만, 루이와 단비 만나고 초기에는 거의 1주일에 1~2회 정도는 꾸준히 방문했는데, 삶의 시계가 동물병원 방문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동물병원에 자주 드나들다 보면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필자는 수의사라는 직업을 존경한다. 계기가 좀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늘 병원 가는 거 아니냐옹~?

'선생님, 저는 얘 없으면 못살아요.'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마디였다. 대기실에서 루이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병원은 매우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크면서도 떨리는 아주머니의 한마디는 필자의 눈길을 반강제로 끌었다. 타인의 이야기라 엿듣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지만, 남 일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하는 귀는 어쩔 수 없었다. 이야기는 단순했다.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그 강아지는 많이 허약한 편인 듯했다. 일단 오늘은 강아지의 눈 때문에 안약을 처방받으러 동물병원에 오신 거였다.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자식들은 모두 독립하였고, 혼자서 생활하시는 것 같았는데, 그런 아주머니께 강아지는 자식만큼 큰 의미였고, 여기저기 아픈 강아지 때문인지, 살짝 보이는 그분의 표정은 수심이 꽤 깊어 보였다. 그리고 담당 수의사의 표정도 같이 보였는데, 어쩌면 '굳이?'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얘기를 담당 수의사는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조용히 들어드리고 있었다. 

반려동물이 아픈 건 자식이 아픈 것과 다르지 않다. 보호자는 그 시간들을 이 악물고 버텨야 한다.

듣다 보니 딱히 지금 진료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그 상담은 강아지를 위한 것이 아닌 아주머니를 위한 상담이었다. 반려동물만이 아닌, 집사들을 위한 상담. 담당 수의사는 그걸 하는 걸로 느껴졌다. 생각보다 긴 시간의 상담이 이어졌고, 아주머니는 안약을 받고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는데, 한결 나아진, 조금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때 알았다. 수의사들의 일은 보호자까지 케어해야 한다는 걸. 정말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다 듣고 진료까지 보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겠다.' 싶었다.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사실 그렇게 깊은 생각은 없었다. - 

욘석들아~ 병원 좀 그만가자~😘💕💖💕

이번 글에서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사실 무엇이든 무조건적인 존경이나 호의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사람이 중요한 거지, 직업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운이 좋아, 좋은 수의사분을 만난 것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저 한 번쯤 보호자의 멘탈까지 케어하는, 자신의 분야에 충실한 한 수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 그럼 모든 보호자의 곁에 좋은 수의사가 있기를 바라며,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