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12

냥12. 안심?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범백혈구감소증

냥12. 안심?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범백혈구감소증. 단비의 동물병원 입원으로 상황은 크게 나아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단비가 더는 생명의 위협 없이 우리의 보호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매우 편하게 만들었다. 동물병원의 기초 검진에서의 큰 특이사항은 없었고, 우려했던 앞다리의 골절도 일반 찰과상으로 확인되었기에 수술까지 고려했었던 나와 아내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는 순간 아프기 시작하더라. 조금은 긴장이 풀렸을까? 단비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문제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증상이 보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범백혈구감소증, 줄여서 범백이라고 불리는 병이었다. 잠복기를 거쳐 구토와 설사 등으로 증상이 발현되고, 어린 자묘일수록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 ..

냥11. 6차선 도로에서 만난 김단비.

냥11. 6차선 도로에서 만난 김단비.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 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6차선 도로 중앙, 눈에 들어오는 조그맣고 동그란 백설기 같은 식빵. 고영희김씨네 막내 김단비였다. - 4차선 도로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6차선이었다. 아직도 인스타에는 4차선이라고 적혀 있는 건 안 비밀.- 햇살은 좋았지만 11월의 날씨는 은근히 추웠다. 승용차들뿐 아니라, 대형버스나 트럭까지 씽씽 달리는 6차선 도로. 그 넓은 도로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중앙 가림막(?) 아래,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던 단비는 정말 작고 조그마한 솜뭉치 같았다. 하얀색 고양이의 특성상 조금 꼬질꼬질한 느낌을 제외하면 그렇게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굳이 따지..

냥10. 쉬운 고양이 김루이.

얌전한 고양이 김루이. 지금도 얌전한 루이지만, 성장할 때의 김루이는 정말 얌전한 고양이였다. 딱히 사고 치는 일도 없었고, 집사를 특별히 괴롭히거나 '아... 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을 정도로 손이 덜 가는 고양이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집사로서 좀 더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루이와의 생활은 보통의 고양이와 생활과는 달리 수직 공간의 물건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물품처럼 녀석들이 만지면 안 되거나, 위험한 것들은 숨기거나 치우거나 한다. 하지만 루이 때는 그런 적이 거의 없다. 애초에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고, 그 정도의 점프력도 없었기 때문인데...... 이유가 좀..

냥9.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악? 아이유 - 밤편지.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추위가 가고 바람은 솔솔~ 이제는 움직이면 제법 열이 나는 듯한 하루가 가고 있었다. 이런 날에 커피 한잔과 어울리는 음악은 필수라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던 중, 아이유의 밤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선곡. '이 밤~ 그날에~'.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잔다. 왜지? 함께 있던 루이는 갑자기 잔다. 딱히 이 시간에 자는 고양이가 아닌데,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인데, 그런데, 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존다. 눈이 무거운 게 느껴지고 꾸벅꾸벅....... '이 밤~ 그날에~'. '뚝'. 뭔가 느낌이 묘~해서 음악을 껐다. 갑자기 루이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다. '응?'. '이 밤~ 그날에~....'. 다시 졸기 시작한다. '이거 뭐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이유의 밤..

냥8. 고양이 인테리어? 결국 고양이에게 맞춰지더라.

루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움직임이 여러모로 신경 쓰이던 중, 우리 부부는 루이가 혹시라도 넘어질 것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단순 러그 하나만으로는 쿠션감이 조금 부족했고, 우리는 어느 정도의 쿠션감과 움직임에 유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두께감이 있는 장판이 깔린 집 상태를 생각할 때, 아이들 놀이 매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발톱을 이용하는 스크래칭이나 움직임에 아이들 매트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찾은 것이 타일 카페트라는 제품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포진해 있었고, 여러 제품 중, 두께감이 있는 모델을 골라 집에 직접 시공했다.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은 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루이를 키우면서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

냥7. 고양이 피부병 링웜. (feat. 생닭 한 마리)

생각지도 못한 집사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 집사생활의 시계는 정말 빠르게 흘렀다. 매주 동물 병원 내원은 뭔가 주기적으로 하는 좀 어려운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고, 내원을 쉬는 주에는 괜히 담당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당시 루이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뒷다리의 균형감각과 고양이 피부병. 다리 문제는 지속적 관찰 소견이었고, 결국 나머지는 피부병의 케어였다. 특히 이 고양이 피부병 링웜이라는 녀석은 우리 부부의 치를 떨게 할 정도로 오랜 시간 루이를 괴롭혔다. 고양이 피부병 링웜. 고양이 피부병 링웜,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감정이 뚫고 올라온다. 도시의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에게 어쩌면 일상 같은 이 병은 보통 사람의 무좀과 비유를 하곤 한다. 둘 다 곰팡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냥6. 세상 잘 노는 고양이 김루이.

교육 방송의 고양이 예능을 열심히 시청하는 도중 가장 귀에 박히는 얘기가 있었다. 바로 사냥놀이. 생각해보니 루이가 집으로 온 후, 딱히 사냥놀이라고 할 만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아직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딱히 문제 행동도 없었기에 필요한지, 중요한지도 사실 몰랐다. 생활용품점에 반려동물 코너를 가니 생각보다 많은 장난감이 있었다. 깃털부터 낚싯대, 가격도 저렴하고 그 종류도 나름 다양했다. 몇 가지 구매 후, 집에서 루이에게 선보였는데, 그 반응은 실로 파격적이었다. 이렇게 잘 놀다니. 신경적인 문제로 뒤쪽 다리가 불편한 루이가 그렇게 잘 뛰는지 처음 알았다. 미끼를 잡기 위해, 뛰는 모습은 정말 내일이 없는 녀석 같았다. 늘 느릿하던 녀석은 풀 파워의 달리기를 보여주었고, 작은 줄만 알았..

냥5. 고양이가 자꾸 물어요.

루이는 애교가 참 많은 고양이었다. 근처에 있으면 쉬지 않고 골골송을 불러대며 박치기와 그루밍, 그리고 깨물 거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루이였지만, 점점 무는 강도가 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서 듣기론 초장에 못 잡으면 집사의 팔과 다리는 상처투성이가 될 거라던데...... 점점 걱정이 밀려왔다. 세게 무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세게 무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어리기에 무는 강도 조절이 조금 어려웠고, 성장기의 이빨은 얇고 날카로웠기에 고통이 조금 직접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가벼운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였다. 대부분의 집사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한다. 처음엔 요즘 대부분의 집사가 그렇듯 검색 창에 질문들을 찾아봤다. '깨물 때는 같이 귀를..

냥4. 집을 꾸미기 시작하다. 고양이를 위하여

루이를 입양하기로 한 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루이에게 맞는 환경을 꾸미는 일이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많은 정보가 없었기에 천천히, 하나씩, 공부하면서 꾸며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러그부터! 무엇보다 걸리는 점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픽픽 넘어지는 것이었다. 넘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마음에 턱턱 걸리던지...... 루이를 위해서 깐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집의 바닥엔 우리의 무릎을 생각해서 굉장히 두꺼운 장판이 깔려 있었다. 일반적인 장판보다 두께감이 큰 장판이었고, 거기에 우리는 먼저 러그부터 깔아보기로 했다. 여러 매트를 고려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쿠션감이 있으며 빨기도 쉬워야 했기 때문에 흔히 와플 매트로 불리는 녀석을 구매했다. 적당한 크기에 사막화까지 어느..

냥3. 입양, 그거 쉬운 게 아니더라.

시작은 임시 보호였다. 루이의 임시 보호는 생각보다 길었다. 마음 같아선 함께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럴 자신이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고양이를 약간 무서워하는 것도 걸렸다. 기겁하거나 덜덜 떨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물 자체를 키워본 적 없는 아내에게 고양이는 조금 부담되는 동물이었다. 아내는 루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동감했기에 함께 구조에 나섰지만, 키우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도 당연히 아내가 우선이었고, 임시 보호 후 입양을 전제로 데려왔기에 루이를 돌보면서 입양을 알아보고 있었다. 언제쯤 건강해질까. 생각보다 루이는 허약한 냥이었다. 다리는 불편했고, 머리는 계속 흔들었다. 신경 약을 먹으면서 상황을 봤지만 금방 호전될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거기에 고양이 피부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