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8. 고양이 인테리어? 결국 고양이에게 맞춰지더라.

백화집사 2021. 5. 20. 11:00

 루이의 몸을 사리지 않는 움직임이 여러모로 신경 쓰이던 중, 우리 부부는 루이가 혹시라도 넘어질 것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단순 러그 하나만으로는 쿠션감이 조금 부족했고, 우리는 어느 정도의 쿠션감과 움직임에 유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두께감이 있는 장판이 깔린 집 상태를 생각할 때, 아이들 놀이 매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발톱을 이용하는 스크래칭이나 움직임에 아이들 매트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찾은 것이 타일 카페트라는 제품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포진해 있었고, 여러 제품 중, 두께감이 있는 모델을 골라 집에 직접 시공했다. 

타일카페트 열심히 시공!
이어서 캣폴도 조립! 루이는 옆에서 잔소리 중.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은 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루이를 키우면서 수직 공간에 관한 고민은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고양이의 본능과 실제 올라가지 못하는 루이의 아쉬움, 높은 곳에서 낙하 사고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담당 수의사분을 포함해 캣타워 제작 업체 직원까지, 정말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눴던 것 같다. 거기에 우리 부부는 루이가 거실 내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관해 토론하면서 이동 동선을 짜기도 하고, 여러 제품을 찾아다니며 함께 고민했다.

여기는 중간 쉼터다옹~

그렇게 집에는 작은 박스형 캣타워와 소파를 이용한 중간 높이의 수직 공간과 더 높은 곳을 제공하는 캣폴이 자리 잡게 되었다. 조금 높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루이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느낌만 남았다.

에잇! 점프가 약한 루이는 이 모습이 겨우였다.
정복 완료!

이렇게 힘세고 민첩한 고양이었던가?

 카페트가 깔린 공간에서 루이는 굉장히 민첩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냥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도 빠른 방향 전환과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대응할 수 있었고, 특히 미끄러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세가 안정되었다. 무엇보다 넘어지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카페트를 깔고부터 놀이 반응이 더 격해졌다. 망한 고양이 사진이 많아진 게 단점이라면 단점? ㅎㅎ

그리고 캣폴을 타고 오르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루이는 점프력으로는 계단을 이용한 캣폴 사용은 거의 불가능한 편이었다. 그 대신 기둥을 잡고 나무 타듯 천천히 기어 올라가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그렇게 루이는 빠르게 집의 가장 높은 위치를 정복해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하는 루이.

그런데 우리집이 이랬던가?

 가구를 개조하고, 캣폴을 세우고, 타일 카페트까지 깔고 보니 거실은 완전히 루이의 공간으로 맞춰져 있었다. 신나는 루이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지만, 확실히 우리 부부의 공간이 변해가는 느낌은 좀 아쉬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부부도 금방 적응하고, 그 자체도 나름 좋아하였지만, 고양이를 위한 인테리어의 확실한 가치관이 생기 전까지는 아주 약간이지만 혼란스러웠다. 이게 고양이 집인가? 사람 집인가? 뭐 이런 고뇌? 

지금은 단비가 좀 더 잘 활용하지만, 이렇게 가끔 함께 올라가 있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얼마 뒤, 루이는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안방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옷방을 제외한 우리의 생활 공간 모두를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와 루이와 단비를 위해 무언가 할 때, 인테리어 밸런스를 고민하는 편이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고민이 많이 줄긴 했다. 뭐~ '결국 녀석들에게 맞춰지더라.'는 결론이지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