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11. 6차선 도로에서 만난 김단비.

백화집사 2021. 6. 11. 10:00

냥11. 6차선 도로에서 만난 김단비.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 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6차선 도로 중앙, 눈에 들어오는 조그맣고 동그란 백설기 같은 식빵. 고영희김씨네 막내 김단비였다. - 4차선 도로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6차선이었다. 아직도 인스타에는 4차선이라고 적혀 있는 건 안 비밀.-

햇살은 좋았지만 11월의 날씨는 은근히 추웠다. 승용차들뿐 아니라, 대형버스나 트럭까지 씽씽 달리는 6차선 도로. 그 넓은 도로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중앙 가림막(?) 아래,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있던 단비는 정말 작고 조그마한 솜뭉치 같았다. 하얀색 고양이의 특성상 조금 꼬질꼬질한 느낌을 제외하면 그렇게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6차선 중앙에서 식빵을 굽는 것이 가장 큰 문제랄까? 

단비를 만난 6차선 도로.

김단비 구조 작전.

 아니나 다를까, 주위에 단비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사실 왜 그랬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눈에 들어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고양이 때문에...?'
'네~ 어떻게 해요?'
'일단 신호 바뀌면 빨리 가서 구해 봐요.'

아주 짧은 대화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단비의 곁으로 갔다. 특별히 가까이 가도 반응하지 않던 단비와 교감하고 빠르게 제압해서 도로 밖으로 놔주려고 했는데, 코 인사를 권하는 나에게 녀석의 첫인사는 '하악~!' 이었다. 그리고 나를 피해 한쪽 앞발을 들고 절뚝거리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신호가 긴 편이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다했기에 구조의 방향을 차라리 도로 밖으로 모는 쪽으로 바꾸고 학생들과 함께 길을 살짝씩 막아가며 녀석을 도로 밖 인도로 몰았다. - 신호가 살짝 지나가긴 했지만, 버스와 다른 승용차들도 상황을 인지했는지 조금 기다려 주었다. -

인도로 올라온 김단비. 약국에 양해를 구하고, 단비를 지켜보기로 했다. 

무사히 인도로 올라온 녀석은 어디가 안 좋은지 차가운 바닥에서 식빵을 굽고 눈을 감았다. 학생들에게 혹시라도 몰라 임시보호나 입양의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그저 도로 위의 녀석을 구하고 싶었을 뿐, 그 이후의 계획은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 녀석을 집으로 데려가기엔 루이가 있었고, 두 마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컸기에 고심 끝에 시청으로 연락했다. 

앞다리를 접고 있었고, 상처도 나 있어서 절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단비를 잡으러 온 담당자는 길고양이는 야생 동물이라 적당한 치료 후 방사를 진행한다고 안내해줬다. '그래도 다시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단비와 그렇게 헤어졌다. 

입양공고에 올라온 단비의 사진.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만난 김단비.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문득 단비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고, 아내와 단비의 얘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혹시 입양공고가 올라와 있지 않을까?'까지 생각이 닿았고, 나는 지역 관련 입양공고를 검색해봤다. 검색은 쉬웠다. 바로 단비를 찾을 수 있었고, 입양공고가 지났다는 것도 사나워 아직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공고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나와 헤어져 있던 단비의 시간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았다.

보호소에서 나와 차를 탄 단비. 이후, 바로 동물병원으로 직행했다. 

다음날 보호소로 전화를 했고, 잡으러 왔던 담당자와는 아주 다른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사나워서 치료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방사하지 않는다.', '입양공고 기간이 지났다.', '아직 케이지가 여유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안락사를 얘기하는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변까지. 시청 담당자와 보호소 직원의 말이 다른 것에 매우 화가 났지만, 당시에는 사실 그 생각보다 '내가 일단 데려와야겠다.'라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고, 보호소에도 내가 데려갈 것을 알렸다. 그리고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 후,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단비와 나는 18일 만에 다시 만났다.

계속...

지금은 세상 사랑스러운 막내로 집사들고 오빠 김루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