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7. 고양이 피부병 링웜. (feat. 생닭 한 마리)

백화집사 2021. 4. 30. 10:00

생각지도 못한 집사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 집사생활의 시계는 정말 빠르게 흘렀다. 매주 동물 병원 내원은 뭔가 주기적으로 하는 좀 어려운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고, 내원을 쉬는 주에는 괜히 담당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당시 루이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뒷다리의 균형감각과 고양이 피부병. 다리 문제는 지속적 관찰 소견이었고, 결국 나머지는 피부병의 케어였다. 특히 이 고양이 피부병 링웜이라는 녀석은 우리 부부의 치를 떨게 할 정도로 오랜 시간 루이를 괴롭혔다. 

눈부터 시작해서 코, 다리, 등, 엉덩이... 뭐 성한 구석이 없었다.

고양이 피부병 링웜.

 고양이 피부병 링웜,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감정이 뚫고 올라온다. 도시의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에게 어쩌면 일상 같은 이 병은 보통 사람의 무좀과 비유를 하곤 한다. 둘 다 곰팡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사람의 무좀처럼 치료되었다 싶으면 재발하고, 치료되었다 싶으면 다른 곳에 옮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루이는 정말 링웜의 설명 그대로를 겪었다. 소양감도 엄청나서 자주 긁고, 핥았고 좀 지나면 다른 곳에도 어김없이 옮아 있었다. 처음부터 많은 곳에 흔히 말하는 땜빵이 존재했고, 그 환부들이 점점 넓어지기까지. 우리 부부는 링웜에 옮는 것보다 링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먼저 죽을 것 같았다. - 링웜은 사람에게도 옮는다. 다만, 면역체계가 강한 우리 부부는 아직 옮아본 적이 없다. - 

아... 생닭...

생닭 한 마리.

 병변의 위치가 너무 산발적이었고, 넓은 편이라 더는 털이 있는 상태에서 케어가 너무 힘들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무거운 마음으로 루이의 털을 밀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루이는 바리깡에도 잘 적응했고, 털을 미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 모습이 너무.

이건 뭐 생닭 한 마리도 아니고, 뭔가 눈물이 나는데, 웃음은 또 참을 수 없는 감정의 멀티비타민, 종합선물세트? 아니다. 세트 메뉴? 여하튼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의 떨림(?)이 밀려왔다. 

이 안쓰러움...ㅠ_ㅠ

약 그리고 환경 케어.

 루이는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어야 했다. 피부병약 자체가 독한 편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지만, 루이의 상태가 말이 아니라, 약을 피할 순 없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이트라코나졸은 루이에게 구토 반응이 나타났기에, 테르비나핀으로 변경했다. 담당 선생님의 감독하에 투약 도중 관련 수치까지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상처 소독과 약 먹이기, 연고 바르기 등 우리 부부는 날로 바빠졌다. 

링웜의 치료가 곰팡이 치료인 만큼 고양이의 치료와 더불어 주위 환경 케어가 필수였다. 청소, 환기, 소독.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정말 열심히 집을 무균실 수준으로 만들었다. 평소 그렇게까지 청소를 해본 적 없을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우리까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안쓰러운 와중에 귀여움은 뭔데!? ♥

빠른 회복.

 정말 길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링웜은 어느 순간부터는 급격하게 회복되었다. 소양감도 거의 사라졌는지, 넥카라가 없어도 긁지 않았고, 덕분에 상처들도 쉽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링웜은 고양이의 생명에 지장을 주는 병은 아니다. 다만 빠르게 잡지 못하면 그만큼 고양이도 집사도 힘들어지는 그런 꼬장꼬장한 병이랄까? 무엇보다 인수 공통 감염병이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염의 위험도 당연히 올라간다. 하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결국 지금 생각해보면 링웜 치료는 집사의 멘탈 치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뽀얗게 변하기 시작한 루이를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도 우리 부부는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곤 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루이가 아닌 단비가 링웜 치료 중이다. 하~ 정말... 링웜. 링웜! 링웜 ㅠ_ㅠ.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