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12. 안심?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범백혈구감소증

백화집사 2021. 6. 13. 10:00

냥12. 안심?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범백혈구감소증.

 단비의 동물병원 입원으로 상황은 크게 나아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단비가 더는 생명의 위협 없이 우리의 보호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매우 편하게 만들었다. 동물병원의 기초 검진에서의 큰 특이사항은 없었고, 우려했던 앞다리의 골절도 일반 찰과상으로 확인되었기에 수술까지 고려했었던 나와 아내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범백 발병 때문에,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아프기 시작하더라.

 조금은 긴장이 풀렸을까? 단비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문제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증상이 보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범백혈구감소증, 줄여서 범백이라고 불리는 병이었다. 잠복기를 거쳐 구토와 설사 등으로 증상이 발현되고, 어린 자묘일수록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 범백혈구감소증은 출생 전이나 직후 감염은 90%의 치사율을 보이고, 단비의 경우 연령을 따져봤을 때, 50% 이상의 생존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병이었다. -

복통이 심한 편이라 단비도 많이 힘들어 했고, 먹는 족족 토하고, 설사까지 겹치면서 탈수까지. 단비의 생사는 더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병원의 처치와 단비 자신이 이겨내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이때 병원에서 만나면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이때가 아마 집사로서 가장 마음이 복잡할 때가 아니었나 싶다. 

'단비를 보호소로 보내지 않았다면?'. 솔직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보호소로 보냈던 과거의 나였다. 범백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짧으면 2일 길면 10일, 어림잡아 2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진다고 얘기한다. 즉, 범백은 보호소에서 걸린 것이다. 아무리 날짜를 계산해봐도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었다. 내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단비를 보호소로 보내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과 자책은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혔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라면, 데려오고 나서 병원에 격리 중인 상황에서 발병이 되었다는 점인데, 만약 데려오는 날짜가 더 늦었거나, 집에서 발병하고 조치가 늦었다면... 정말 생각만해도 아찔 하다. 

잘 이겨내고 임시보호로 집에 들어온 단비. 이겨내 줘서 고마워!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걸까? 단비는 긴 투병 생활을 잘 이겨냈다. 살아남은 단비는 범백에 강한 면역력을 가지게 되었고, 오랜 시간의 투병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링웜, 앞발의 상처가 아직은 치료가 필요했지만, 정말 큰 산을 잘 넘어줬다. 조그마한 몸으로 그 큰 병을 이겨낸 단비의 투병 생활 때문인지, 단비의 퇴원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물론 현실의 강력한 영수증은 금방 감동을 파괴하고 나의 정신을 환기했지만, 우리 부부는 한동안 단비의 투병 무용담을 나누곤 했다.

- 동물병원에서 입원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금전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동물이 좋아도 현실은 현실이기에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부자냐고? 아니다. 그저 몇 가지를 포기했다. 아! 물론 후회는 없다. ㅎ-

계속...

그 시각 루이는 미래의 동생이 병원에 있는지도 모르고, 누나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나...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