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4. 집을 꾸미기 시작하다. 고양이를 위하여

백화집사 2021. 3. 15. 17:00

루이를 입양하기로 한 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루이에게 맞는 환경을 꾸미는 일이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많은 정보가 없었기에 천천히, 하나씩, 공부하면서 꾸며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러그부터!

 무엇보다 걸리는 점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픽픽 넘어지는 것이었다. 넘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마음에 턱턱 걸리던지...... 루이를 위해서 깐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집의 바닥엔 우리의 무릎을 생각해서 굉장히 두꺼운 장판이 깔려 있었다. 일반적인 장판보다 두께감이 큰 장판이었고, 거기에 우리는 먼저 러그부터 깔아보기로 했다.

 

루이는 참 마음에 들어했다. 러그 위에서 완전 기절.

 

여러 매트를 고려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쿠션감이 있으며 빨기도 쉬워야 했기 때문에 흔히 와플 매트로 불리는 녀석을 구매했다. 적당한 크기에 사막화까지 어느 정도 도움 주는 기특한 녀석이라 이후에도 계속 사용했다. - 루이는 대형 스크래쳐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원소스멀티유즈!!! -

 

아크릴 문과 러그까지 적용된 거실의 모습.

 

방묘용 네트망은 대형 아크릴로 변경

 루이의 거실 생활 및 격리를 위해 세웠던 네트방은 대형 아크릴로 변경했다. 긴 아크릴판에 손잡이를 달고, 냉장고 옆에 놓여 있던 큰 밥상 사이에 끼웠더니 투명 아크릴 거실 중문이 되었다. 사실 네트망으로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가끔 네트망에 발이 끼어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는 담당 수의사분의 어드바이스로 변경했다. 

 

스피커 뒤의 선도 모두 숨겼다.

 

꼭꼭 숨겼다. 선.

 다른 곳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전선만큼은 은근히 재미있어하는 루이를 위해, 거실의 모든 선 처리를 다시 했다. 눈에 보이는 선은 루이의 손이나 입이 닿지 않는 곳으로 아주 꼭꼭 숨겨놓았다. 점점 눈에서 사라지는 선에 루이는 뭔가 실망하는 듯 보였지만, 우리는 매우 흐뭇했다. 

집사는 고양이에게 배운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면 루이는 완전 초보 집사에게 집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고양이였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높은 곳은 엄두도 못 냈다. 덕분에 위쪽의 물품들은 치우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고, 신경 증상으로 인한 머리 흔들거림이나 부딪침 때문에 우리는 가구들 여기저기를 신경 쓰게 되었다. 소파를 긁어대는 걸, 보고 수직 스크래쳐를 알아보고......

집사는 고양이에게 배운다고 했던가? 루이는 우리를 가르치는 집사 훈련 교관 같은 고양이였다. 잘 따라오지 못해도 지금까지도 큰 문제행동 한 번 한 적이 없는 루이. 참 고마운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