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3. 입양, 그거 쉬운 게 아니더라.

백화집사 2021. 3. 11. 10:00

시작은 임시 보호였다.

 루이의 임시 보호는 생각보다 길었다. 마음 같아선 함께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럴 자신이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고양이를 약간 무서워하는 것도 걸렸다. 기겁하거나 덜덜 떨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물 자체를 키워본 적 없는 아내에게 고양이는 조금 부담되는 동물이었다.

잘 치료하고 우리 좋은 곳으로 가자꾸나.

아내는 루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동감했기에 함께 구조에 나섰지만, 키우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도 당연히 아내가 우선이었고, 임시 보호 후 입양을 전제로 데려왔기에 루이를 돌보면서 입양을 알아보고 있었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고양이 피부병은 루이를 참 오랫동안 괴롭혔다.

언제쯤 건강해질까.

 생각보다 루이는 허약한 냥이었다. 다리는 불편했고, 머리는 계속 흔들었다. 신경 약을 먹으면서 상황을 봤지만 금방 호전될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거기에 고양이 피부병 링웜. 정말 호되게 앓은 그 링웜이라는 녀석은 루이와 우리 모두를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다. 

링웜을 앓고 있었지만 당장 약을 쓸 수도 없었다. 이미 먹고 있는 약이 독했기 때문인데, 이는 루이에게 위험한 순서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링웜은 괴롭긴 했지만, 루이에게 치명적이진 않았다. 치료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때쯤 예방 접종도 진행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루이는 어느 순간 머리 흔드는 것을 멈췄다. 

이 귀요미를 어떻게 보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시간은 우리를 바꿔놓았다.

 신경약을 끊었다. 3차 접종 및 다른 예방 접종까지 모두 마치고, 중성화 완료. 루이가 성장으로 모든 병을 밀어내고 있을 때쯤 입양을 생각해야 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 입양 글도 대략적인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깨달았다. 루이는 완전히 우리에게 스며들어 있었고, 아내도 어느 순간 너무나도 고양이 친화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 막상 고양이를 겪어본 아내는 본투비 집사였다. - '입양 글 올릴까?' 라는 나의 말에 아내는 '우리가 키우자.' 라고 답했다. '루이는 앞으로도 케어가 필요할 테고, 우리가 지금처럼 잘 보살피자.' 라는 아내의 의견은 우리를 정식 가족으로 만들었다.

너네! 나의 집사가 되어라!

입양 그거 쉽지 않더라.

임시 보호 후 입양. 실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루이처럼 장애가 있는 고양이는 더욱더 힘든 일이었다. 고양이 카페만 봐도 품종묘에 아무런 문제 없는 고양이들조차도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고, 시간이 너무 흘러 입양자를 찾기 어렵다는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하루 올라오는 입양 게시글 수만 봐도 엄청난 데, 루이처럼 불편한 냥이를 데려갈 사람을 찾는다는 게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보냈다고 해도 우리 부부가 마음 편하게 잠이나 잘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으리라. 임시 보호 후, 입양 보내시는 분들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