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정보/시작하는집사들에게

고양이가 얼굴을 물어요? 정말요?

백화집사 2021. 5. 18. 10:00

글 시작부터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우리 고양이가 제 얼굴을 물어요. 왜 그럴까요?". 정말 이 질문이 맞는 걸까? 고양이가 집사의 얼굴을 물 수 있는 가능성. 얼마나 될까?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나열해 보자.

  • 집사가 가만히 있는데 고양이가 집사의 몸을 타고 올라와 얼굴을 물었다.
  • 집사가 누워 있는데, 고양이가 옆으로 오더니, 얼굴을 물었다.
  •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얼굴을 같이 부비부비했는데, 갑자기 물었다.
  •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뛰어올라 집사의 얼굴을 물었다.

집사와 고양이와의 관계가 원수지간이 아니라니 전제하에서는 이 정도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 같다. 또 있나? 혹시 있다면 댓글을 부탁한다. 

집사의 다른 곳(손과 발, 팔과 다리 등등)을 제외한 얼굴을 물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평소 위치하는 곳의 거리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고, 애초에 고양이들은 특정 상황에서 방어적 공격성을 제외하면 평소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얼굴이라니.

그런데도 위의 가능성을 모두 실현하는 고양이를 필자는 본 적이 있다. 집사를 나무 타고 올라가듯 타고 올라가거나, 목을 물고 도망가거나 손톱으로 매달려 집사에게 상처를 내기도 한다. 괜히 옆에 있길래 집사가 쓰다듬었는데,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고,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부비부비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는데 갑자기 공격해 얼굴에 상처를 남기는 고양이 등등... 생각보다 정말 좀 있다. 

형... 무거워~ 이러다 맞는거다.

거의 모든 원인은 집사에게 있다.

 정말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원인은 집사에게 있다. 고양이의 시그널을 집사가 무시하거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고양이가 가진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공격성이 나머지일 것이다. 지금 집사가 아니라 전 집사에게 생겼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에서 다른 동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다.

우선 고양이는 스킨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피부가 굉장히 연약한 편이기에 집사의 스킨쉽은 고양이를 귀찮게 할뿐만 아니라 때론 아프게 한다. 그래서 집사는 오랜 기간 고양이와 교감하며, 스킨쉽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시간을 늘리는 것은 '단련'의 얘기가 아니라 '조율'에 관한 얘기다. 고양이에 따른 강도 조절은 필수다. 모질이나 개체에 따라서 그 강도가 당연히 동일해선 안 된다. 어떤 고양이에게 시원한 스킨쉽이 다른 고양이에게는 엄청 부담되고, 괴로운 스킨쉽일 수 있다. 

사랑해욧~ 시킨쉽은 적당히~!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고양이의 스킨쉽 거부 신호는 확실하다. 스킨쉽 중, 꼬리를 살랑거리거나 눈빛이 변하거나 슬쩍슬쩍 입을 벌리거나, 갑자기 부르던 골골송을 끊거나 등 여러 징후가 나타난다. 이런 징후가 보이면 고양이에게서 손을 거둬야 한다. 이제 영업종료라는 걸 명확히 얘기했는데, 계속 주문하면 그냥 뭐 맞는 거다. (응?)

평소 관찰된 고양이의 행동에 따라, 집사도 시킨쉽의 강도나 종류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얼굴을 고양이에게 들이대는 것은 매우 고수준의 스킨쉽이다. 아무리 교감이 잘 이뤄졌다고 해도 고양이가 놀라거나 특정 상황에서는 충분히 다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하고, 평소 손이나 발을 무는 습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얼굴을 데는 행위는 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잘못하면 정말 크게 다칠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도 있다.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공격성을 가지는 고양이는 분명 존재한다. 원인은 있겠지만, 집사가 해결하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 집사의 몸을 타고 올라가 얼굴을 물거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데 조용히 와서 얼굴을 물고 도망간다는 것은 선을 많이 넘었다. 이런 경우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행동교정은 물론 약물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후의 얘기다. 글로 전달하는 이야기다 보니, 읽는 환경과 집사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항상 얻은 지식을 적용할 때, 조금이라도 고양이에게 안전상 위험이나 부담이 될 수 있다면 전문가의 완벽한 검증은 필수다. 이건 당신이 초보 집사라면 더욱더 중요한 이야기다.

필자는 루이와 정말 친하다! (응?)

아주 기본적인 것만 지켜주자.

정리하면서 최소한의 솔루션을 제시할까 한다. 

  • 고양이 근처에 얼굴을 가까이하지 말 것.
  • 쓰다듬더라도 항상 고양이의 모습을 관찰할 것. (눈, 귀, 꼬리, 표정, 골골송 여부 등)
  • 짧게 놀아주더라도 꼭 장난감으로. 손이나 발 절대 네버 에버!

평소 고양이에 관한 환경적 자원의 풍부와 케어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 작은 것들만 지켜도 얼굴을 물리는 일은 아마 거의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럼 집사의 상처들이 좀 줄어들기를 바라며.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