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김씨네이야기

냥2. 루이의 입원과 퇴원 그리고 가족이 되다.

백화집사 2021. 3. 3. 10:00

루이의 입원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머리를 흔들흔들, 하반신(?)은 비틀비틀. 루이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균형감각도 많이 떨어졌고, 조금만 걷다 보면 금방 넘어지기 일쑤였다. 내가 알고 있는 고양이의 움직임과는 분명 달랐다. 

병원의 수의사분들은 나에게 다 각도의 소견을 전달했다. 고양이 복막염 의심, 골반에 가까운 뒷다리의 골절 흔적, 고양이 피부병 등 그 수도 상당히 많았다. 다만 다행스러운 건, '복막염 여부만 음성이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살아가면서 이겨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모든 수의사분이 공통으로 내놓은 결론이었다. 

당장 데려오고 싶지만, 녀석의 상태는 그렇지 못했다.

3일이 지난 루이의 상태는 굉장히 좋아졌다. 애초에 사람과 친화적이었던 녀석은 병원에서도 이쁨받고 있었다. 3일 후, 우리는 루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3일 전.

 입원 중, 우리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사료 등 이것저것 구해야 했는데, 갑자기 집사로 데뷔한 초보 중 초보 부부가 뭘 알 리가 없었다. 열심히 인터넷 후기들을 뒤져가며 좋다는 것을 찾았고, 폭풍 주문을 시작했다. 고양이 카페에 가입한 아내는 이내 근처의 카페 회원에게서 고양이 화장실을 나눔 받기도 했다. 

우선 제일 걱정은 루이와 어떻게 지낼 것인가였다. 25평형의 작은 아파트에 새끼 고양이를 풀어 놓을 것을 생각해보니, 전문가가 아닌 눈으로 봐도 위험투성이였다. 전염성 피부병 여부도 있었기에, 같이 요리조리 뒹구는 건 상상도 못 했고, 무엇보다 아내는 루이를 조금 무서워했다. 

대략 요런 구조가 나왔다. 이후 이 구조가 점점 진화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루이와의 공용 공간을 거실로 정하고, 거실의 격리 구조를 짜기로 했다. 기존의 주방과 연결된 거실에 루이가 못 오를 벽을 치고, 루이가 와서 숨어 있을 어두운 공간을 거실 소파로 정했다. 밥그릇과 물그릇을 배치했고, 다X소의 네트망을 사서 루이가 넘지 못하는 벽을 만들었다. 또한, 소파 밑에는 남는 천을 이용해 어두운 공간을 만들었다.

다시 3일 후, 집. 두둥!

 루이가 들어왔다. 거실에 앉아, 설렘과 긴장의 마음을 담아 이동장을 열었다. 처음으로 밥과 물을 주었고, 정신없이 먹는 루이의 모습을 확인했다. 앞길이 막막했지만, 걱정만큼 뿌듯했다. 

밥그릇에 들어갈 기세...가 아니라 들어갔다.

거실 밖에 있는 우리에게 연신 루이는 울어댔고, 들어가 아는 척을 하면 루이는 엄청나게 반겨주었다. 꼬리를 부르르 떨면서 머리를 부딪치고, 핥아주더니, 깨물깨물하면서 엄청난 애교를 부려대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루이의 행동은 엄청나게 호의적이었는데 나와 아내는 부르르 떠는 것은 무서워서, 머리를 부딪치는 것은 시비 거는 줄, 깨물깨물은 그냥 단순히 '무는 버릇'으로 인식되었다. - 초보가 뭘 알았겠는가? -

세상 애교가 넘치는 냥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학구파 부부인 우리는 고양이의 행동학 정보를 접하면서 이 녀석이 얼마나 러블리한 녀석인지 금방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함께 하자는 생각은 아니었다. 

 루이를 집으로 들이긴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루이와 함께할 생각은 아니었다. 먼저 좋아는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가 약간 무서운 아내가 있기에 구조 후, 임시 보호 그리고 입양을 생각했다. 그래도 아픈 곳이 있으니 잘 치료해서 좋은 보호자에게 보내자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자 결심이었는데...... 이 계획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었는지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화장실도 잘 이용하는 매너냥.

아픈 루이는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밥도 먹고, 놀기도 하고, 가끔은 거실에서 함께 잠도 잤다. 그 사이 아내는 루이와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아내는 '내가?' 라고 물을 만큼 루이와 가까워졌다. 그렇게 곧 우리는 루이를 동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너! 우리가 부모는 못 해주고, 대신 누나와 형이 되어줄게! -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본격적인 집사로서의 시작이었다. 늘 가는 병원의 원장님은 이에 대해 가벼운 코멘트를 남겼다.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ㅋ'

To be Continue...

쿠키~ 요즘 우리 루이는~?

단비(사진상 좌측)와 잘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