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집사생활하면서 정말 힘든 순간들.

백화집사 2021. 4. 28. 10:00

'나만 고양이 없어~'.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번진 이 말은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얼마나 크게 관심받고 있는지를 단편적이지만, 아주 잘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맞이하는 반려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여러 매체, SNS까지 이미 고양이들은 그 영역(?)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들과 생활하는 집사들의 만족감은 어떨까? 행복할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집사는 당연히 행복하다고 답변하겠지만, 희로애락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 삶이자 현실, 결코 행복만 존재하진 않는다. 이번 글에선 집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들을 모아봤다.

뭐 그렇게 힘들다고~? 어디 털어놔 보시게~ 집사 양반~

밥을 먹지 않는다.

 집사의 피가 마른다. 갑자기 이유 없이 먹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말 답답하다. 고양이는 정말 여러 이유에서 음식을 거부하지만, 크게 나누면 고양이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와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 같은 상황은 먹는 약이나 컨디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후자는 솔직히 어지간한 집사 레벨 아니면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공복 구토까지 있는 상황이면 집사의 멘탈은 크게 흔들린다.

심심하다옹~

사냥놀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렇게 잘 놀던 우리 고양이가 갑자기 놀지 않는다. 늘 일정한 시간, 다양한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있기에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갑자기 뚝 떨어진 놀이 반응에 집사는 적잖이 당황한다. 온갖 애교와 입으로 만드는 수많은 효과음을 더해봤지만,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 처음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현타가 강하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안 노는 고양이에게 화까지 난다.

건강상의 큰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고양이 사춘기 시절에 집사들은 이런 경험을 한다. 신체적 성장이 모두 끝나고, 정신적 성숙까지 이루어지는 시기. 이른바 '냥춘기' 의 시기에는 놀이 반응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보통 생후, 1년 이후로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의 기호성, 취향 등이 명확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둘째 치더라도,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집사에게 갑작스럽게 보이는 이런 변화는 아무리 이론을 열심히 공부한 집사더라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낮에 자고 밤에 안 자려고 그러지!?!

잠을 자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많은 집사가 '우리 아이는 왜 밤에 잠을 안 잘까요?' 라는 질문을 한다. 사실 고양이가 야행성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의 성향이 바뀐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둘 다 맞다. 정말 이 경우는 냥바냥이다. 다만, 저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사실 조금 다른 문제다.

정확한 질문은 '우리 아이는 왜 밤에 잠을 안 자고 밤새도록 울까요?' 일 것이다. 밤에 무료해진 고양이는 낚시성으로 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낚이는 것은 당연히 대부분 집사다. 한두 번 낚이다 보면 고양이는 금방 눈치챈다. '내가 울면 뭔가가 나온다.'라는 엄청난 진리를. 거부하면 더 심하게 운다. 이걸 참아내야 하는데, 대부분 백기 들고 허락한다. 이런 반복으로 고양이의 밤새도록 우는 시퀀스는 더욱 강화된다. 이 때문에 '고양이는 무시가 답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는 고양이를 달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뜬다. '이러려고 고양이를 키운 건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 자고 뭐행~?

집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들을 적어보았다. 사실 대부분 답이 있다. 의학적, 행동학적으로 집사의 노력이 뒤따른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일들이다. 그렇다고 저 상황들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 말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힘든 일은 따로 있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투병 중이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일은 필자도 여기에 쓰기 싫을 정도로 괴롭고 힘든 일이다. - 휴~ 잠깐 숨을 고르고....... - 

이런 집사생활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필자의 답은 여전히 '그렇다.'이다. 아마 대부분의 집사도 그럴 것이다. 힘든 것만 주욱 적어 놨지만, 그런데도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 그만큼 고양이들 아니 영역을 넓혀,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분명 사람과는 또 다른 큰 행복이 있다. - 그렇죠? 집사님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