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고양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이상한 일들.

백화집사 2021. 4. 12. 10:00

고양이를 키우면서 집사가 겪게 되는 이상한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거나 경험해본 적 없는 것들이 집사라는 클래스로 등록되면서 생긴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나씩 풀어본다.

대체 어디를 보는 거니? 뭐가 있어?

허공을 본다.

 고양이의 눈동자는 신비롭다. 가끔 초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뭔가를 바라보는데, 집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주 자세히 눈의 위치를 맞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최대한 귀를 열고 고양이의 시야를 뒤져보면 의외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자주 있는 일은 벌레다. 오래된 아파트에선 바퀴벌레나 아주 작은 하루살이 같은 건 흔하다. 특히 여름처럼 더운 날에는 더욱더 쉽게 접할 수 있다. 집사는 곁에나 다가오고 눈앞에 딱! 나타나야 느끼지만, 우리 고영희 님들은 이미 클래스가 다르다. 이미 집 안에 있는 녀석들을 모두 캐치해낸다. 엄청난 청각과 후각, 동체 시력은 사람의 능력을 아주 훨~씬 벗어난 것이다. 

위에서 지켜보시는 중.

때론 아주 오랫동안 허공을 볼 때가 있다. 딱히 크게 미동도 없이 한 곳만을 바라본다. 분명 벌레도 없고, 딱히 뭐가 있을 만한 곳도 아니다. 재미있는 건, 그 이후의 고영희 님의 어떠한 액션도 없다. - 보통 벌레나 뭔가가 있으면 크게 반응한다. - 조용히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할 일을 하는 고양이를 볼 때면, 헐~ 소름....... 귀신이라도 보는 것일까?

위장 상태로 잠복 근무 중이다. 언제든 집안의 침입자들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고양이가 눈에 보인다. 

 집사가 되면 고양이에게만 놀라는 것은 아니다. 본인에게도 놀라게 된다. 평소 본인의 시력에 집사로서의 능력이 하나 더해지는데, 길거리의 고양이들을 귀신같이 포착해낸다. 이는 집사에 따라서 그 차이가 크긴 한데, 제대로 집사 능력을 부여받은 냥 마스터 급은 정말 멀리서 살짝 지나가는 고양이도 눈에 딱 잡아내는 능력을 부여받는다.

요즘 재미있게 다시보기 했던 드라마 명불허전의 한장면. 집사 눈은 김아중 배우님과 함께 오른쪽을 지나가는 고양이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심지어 드라마나 TV 쇼 배경에 어쩌다 잡힌 고양이도 절대 놓치는 일이 없다. 이건 상상한 적 없는 스킬이다. 히어로라고 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한 능력 같지만, 분명 일반인과는 다른 기술 하나가 생긴 느낌이다. 뭔지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뭔소리야!?)

항상 네 옆에 있다. 그리고 없다.

 아주 미세한 공기 흐름을 느낄 때가 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면 고영희 님께서 이미 내 곁에서 날 보고 있다. 정말 기척 없이 다가와서 쳐다보고 있는 고영희님. 놀라움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돌려보면 대체 언제 사라진 걸까?! 발바닥의 곰돌이 젤리의 기능이 이렇게 좋던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조용히 다닌다. 뭐랄까? 최고의 암살자를 곁에 두는 기분이다. - 저기 얘들아... 나 잘못한 거 없지? - 

갑자기 근처에 이렇게 나타난다. 분명 기척이 없었는데......
바로 요 곰돌이 젤리 때문이다. 요거 성능이 엄청나다. 소리소문없이 슥~! 고영희님은 타고난 암살자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이미 집사이거나 어지간히 고양이에게 빠진 사람일 것이다. 필자도 함께하기 전, 분명 고양이를 좋아했음에도 못 느꼈던 것들이다. 정말 키우는 것과 그냥 좋아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인가 싶다. 이런 경험들은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 필자는 만족스럽다. 세삼 집사라고 느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