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정보/시작하는집사들에게

산책냥? 산책냥이? 를 꿈꾸는 예비 집사가 있다면.

백화집사 2021. 3. 31. 10:00

#산책냥, #산책냥이

 SNS를 보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고양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의 산책이라니 호기심도 생기고, 뭔가 특별하고, 튀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우리 집 고양이도 산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고양이 산책시키는 방법', '산책 적응시키기' 등 방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호기심이 이제는 확신과 실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SNS 에서 #산책냥 으로 검색하면, 새로운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

당신이 산책하는 그 길은 이미 누군가의 영역이다.

 고양이가 산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다. 특히 고양이 같은 영역 동물에겐 영역의 확장 및 침범을 얘기한다. 즉, 당신이 당신의 고양이와 산책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영역 동물에게 남의 영역을 들어가는 일은 굉장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언제 이 영역의 주인이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는 상태인데, 나의 집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산책을 어색해한다.'며, 그조차 귀엽다고 사진이나 찍고 있다. 

산책은 사냥놀이로 대신 하자. 정기적인 사냥놀이는 스트레스 해소에 제일 좋은 솔루션이다. 

예방 백신은 100% 가 아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양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이야기는 길 위에 사는 고양이에게 도는 전염병으로부터 당신의 고양이도 예외 없음을 의미한다. '아닌데? 우리 고양이 백신 다 맞았는데?' 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틀렸다. 고양이 예방 백신은 100%가 아니다. 예방 접종 모두를 다 했다고 해서 완전무결이 아니란 말이다. 전염되었어도 버티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고양이의 예방 접종들이다. 안 걸리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길 위의 고양이와 집안에 사는 고양이는 장내 세균 구성부터 다르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에게 없는 흙에서 사는 전염성 균들이 길 위의 고양이들에겐 존재한다. 또한, 세균이 아니더라도 진드기 및 보이지 않는 기생충들도 역시 존재한다. 산책한다는 건, 그것들에 당신의 고양이가 노출됨을 의미한다. 

'100% 는 아니더라도 높은 방어를 해주잖아요?!' 라고 묻는다면 반대로 되묻고 싶다. '1%의 위험이라고 얘기하면 그것들에 당신의 고양이를 노출 시키겠는가?' 라고. 더군다나 그것으로 얻어지는 것이 겨우 보호자의 만족이라면?

이런 TV 프로그램도 아주 좋은 솔루션이 된다. (인사 잘~ 한다.)

고양이의 꼬리, 눈, 귀, 털, 수염 등을 봐라.

 고양이에게 꼬리, 눈, 귀, 털, 수염 등은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아주 좋은 의사 수단이다. 산책냥이들의 동영상을 보며 '아이고 귀여워~ 어색한가 봐~.', '개냥이네, 산책 좋아하나 봐.' 라고 했던 예비 집사라면, 행동학책 한 권이라도 보고, 영상을 다시 보자. 대부분의 영상은 귀엽고 어색했던 것이 아니라, 겁먹거나 긴장하고 있는 모습으로 다시 보일 것이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자동차의 경적, 모르는 사람의 다가옴, 다른 동물의 등장 등 사람에겐 별것 아닌 상황이지만, 고양이에게는 때에 따라 패닉 상태를 불러온다. 그러기 위한 하네스? 고양이가 패닉 상태에서 발휘하는 유연성은 거의 연체동물 수준이다. 제대로 착용했다는 하네스도 패닉 상태에서는 정말 우습게 벗어버리는 것이 고양이다. 

고양이가 제대로 몸을 쓰면 사라지는 건 한 순간이다.

당신의 고양이는 특별하지 않다.

 산책냥이 집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우리 고양이는 특별해요.', '개냥이라 산책하고 싶어해요.', '바깥을 보면서 매일 나가고 싶어 해요.', '우리 고양이는 똑똑해서 잃어버릴 일 없어요.' 등이다. 예비 집사들이여. 결코 당신의 고양이는 특별하지 않다. 저 이야기를 하는 집사들의 고양이 중에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 정말, 특별히, 아주, 진짜 극소수다.

그리고 당신도 특별하지 않다. 특정 상황에서 고양이는 집사의 컨트롤을 정말 확실하게 벗어난다. 인간의 반사신경과 피지컬은 결코 고양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집에서나 당신에게 잡혀주는 것이지, 패닉상태에서 고양이가 진심으로 몸을 쓰면 잡기는커녕 눈 깜빡한 순간 당신의 시야에서도 사라진다. 

영역 동물에겐 안전한 곳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행복이다.

하지 말자.

 말 그대로다. 하지 말자. 제발 부탁이다. 제발 하지 말자. 아주 예외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양이에게 산책은 필요없다. 특히 저 '아주 예외'에 당신의 고양이를 넣지 말자. 창밖을 보는 것은 나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바깥을 향한 호기심일 뿐이다. 

바깥을 찾는 고양이의 대부분은 집안의 환경이 풍부하지 않아서다. 정말 고양이가 나가고 싶다는 판단이 든다면, 왜 나가고 싶은지를 고민하자. 대부분 수직 공간 부족, 스크래쳐 부족, 놀이 부족과 같은 환경 자체가 풍부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환경이 잘 갖춰져 있을 때도 산책이 필요한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때는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을 하자. 산책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잘 생각해 보자. 설령 산책을 원하는 고양이가 있다 할지라도, 산책이 고양이에게 득이 되는 것은 1도 없다. 환경 풍부화가 이뤄졌다면 대부분의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게 영역 동물이다. 사냥감이 넘쳐나고, 안전하고, 청결한 자신의 영역이 있는데 왜 다른 곳을 탐내겠는가?

정말 고양이가 원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보호자의 만족을 위한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자. 마지막으로 집사들끼리 하는 이야기 중 산책냥이를 향한 명언을 남기면서 이 글을 마친다. 

'산책의 최후는 실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