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

백화집사 2021. 4. 18. 10:00

밥그릇에 밥이 줄지 않는다. 자동 급식기나 고양이에게 좋다는 사료, 냥체공학적이라는 밥그릇까지 모두 갖췄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고양이는 갑자기 밥을 끊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방법은 많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고양이의 건강이다. 만약 밥을 안 먹는 게 건강상의 이유라면 사실 이 부분은 애석하게도 집사가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없다. 기존의 경험이나 기록을 통해, 수의사와 상담할 뿐. 그 외의 경우라면 할 것이 조금 있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처럼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없기에 정확한 이유,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 방편을 생각해야 한다. 

저 선생님 그거 제 밥입니다만......;;;

건강 연관 문제.

 고양이를 함께 하다 보면 약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있는 편이다. 이때는 약의 반응에 따라 고양이의 컨디션이 변화하기도 하는데, 특히 밥을 안 먹거나 놀지 않거나 심하면 구토나 설사 등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약물에 반응하는 현상으로 수의사와 꼭 상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약물은 투약 단계나 가이드가 있고, 대체 약물도 존재한다. 그 때문에 같은 증상에도 당신의 고양이에게 좀 더 큰 컨디션 변화 없이 쓸 수 있는 약도 존재한다. 다만, 이걸 수의사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가장 대중적(?)인 약을 투약한 후, 집사는 고양이의 컨디션 변화를 잘 관찰하여 수의사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니까 선생님 그거 제 밥이라니까요;;;

사료에 문제.

 늘 먹던 사료라도 고양이가 질려 할 수 있다. 매일 먹던 밥이지만, 고양이 기준 너무 오래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면 사료를 거부한다. 간식이나 기타 첨가제를 통해, 기호성을 높여주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식을 통한 급여 환기(?)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가끔 이런 이벤트는 집사로서 생색도 낼 수 있는 타이밍이니, 코 인사와 같은 '쉬운 훈련 큰 칭찬'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경험상, 이렇게 질린 사료는 몇 주나 몇 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먹어주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이후의 다시 사료를 바꿔야 할 상황이 오면 잘 먹었던 사료들 리스트에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 

사료의 레시피가 바뀌었거나 문제가 생긴 걸 수도 있다. 아무리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사료라도, 원료 수급 및 여러 이유로 레시피는 조금씩 변한다. 문제는 이 변화를 고양이가 쉽게 감지한다는 데 있다. 뛰어난 후각을 바탕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원료가 들어간 사료를 귀신같이 거부한다. 이런 능력은 고양이의 생존 본능으로 자신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음식을 제외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브랜드의 고객센터나 검색을 통해, 레시피의 변경이나 리콜 정보 등이 없는지 찾아보자. 있다면 이후의 사료는 변경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바뀌는 사료는 고양이에게도 큰 부담일 수 있기에, 레시피 변경 전 사료를 구할 수 있으면 최대한 구해보는 것이 좋고,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고양이에게 급여하는 사료는 주기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이 좋다. - 특히 수입 사료의 경우, 여러 내외부 사정으로 재고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 때문에 모니터링은 필수다. - 

밥그릇만 바꿔도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행위 형태의 문제.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같은 그릇으로 밥을 먹는다. 솔직히 글을 쓰는 필자도 질린다. 하지만 의외로 여기서 먹는 그릇이나, 공간, 먹는 형태 등이 바뀌는 것도 고양이에게는 다른 사료의 맛을 제공할 수 있다. 

우선 사료를 먹는 방식이다. 기존의 사료를 바닥에 한 알씩 던져주자. 위생이 걱정된다면 위생 매트나 바닥 소독 후, 진행해도 좋다. 눈앞에 바로 던져 주지 말고, 아주 살짝씩 고양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보자. 이런 이벤트는 고양이가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맛도 올려줄 방법이 된다. 

다른 그릇을 이용하자. 기존의 그릇과 다른 그릇에 급여해 보자. 다른 그릇에 담긴 사료를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 그릇과 달라진 형태로 약간의 흥미를 일으킨 고양이는 그 사료를 다시 맛보려 할 것이다. 

기존의 먹던 장소와 다른 장소에서 먹게 해보자. 이건 아주 드물지만, 현재의 밥자리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안정감이 떨어진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묘 가정에서는 고양이들의 사이에 따라 밥자리도 달라지기에 중요한 내용이다. 집사 눈에는 모두가 모여서 먹는 것이 좋아 보이겠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고양이들은 같이 모여 먹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사람도 싫다 까진 아니어도 밥 먹기 뭔가 부담되는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고양이도 똑같다.

습식이나 생식이라면 온도를 달리하자. 온도에 따라서도 기호성이 크게 달라진다. 보통 따뜻한 온도로 준비된 음식을 고양이들은 더 좋아하는데, 너무 이 부분에 얽매이기 보다는 적당히 시원한 음식부터 따뜻한 음식까지 다양하게 시도해 보자. 

밥이라고 외치기만 해도 이렇게 반응하던 녀석이 밥을 안 먹으면 정말 괴롭다. ㅠ_ㅠ

이번 글에선 집사 생활을 하면서 밥을 먹지 않는 상황에 관해 이야기해 봤다. 특히나 공복이 길어지면 위험한 동물이 고양이다. 그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의사의 상담 아래 1~2일 정도는 굶을 수도 있겠지만, 밥을 먹지 않는 고양이는 집사에겐 정말 피 말리는 상황이다. 이 글이 고양이의 걱정으로 이미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인 집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