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집사는 오늘도 고양이의 상태를 기록한다.

백화집사 2021. 4. 16. 10:00

 우리 부부의 평소 대화에는 루이와 단비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놀았고, 어떤 웃긴 행동을 했고, 밥은 잘 먹고, 싸우기도 했고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는 물론 우리가 좋아서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지나가는 이야기 속, 우리가 냥이들에게 해야 하는 일들에 관한 크로스 체크의 목적도 크게 존재하고 있다. 

루이와 단비는 둘 다 길고양이 출신이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고양이와는 다른 건강 상태였기에, 일반적인 집사 생활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어쩌면 이런 습관적인 크로스 체크는 우리 부부의 경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아픈 녀석들이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약이나 먹는 것에 관한 체크를 조금 까다롭게 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아지면 우리의 스케줄을 수정해서 밤을 새우는 건 기본, 24시간 체크한 날도 많았다. 물론 지금이야 다행히 녀석들이 잘 커 주었지만, 아직도 조금이라도 특수한 상황이 오면 바로 기록을 시작한다. 

아~ 치아 상태 좋음~ 기록 완료!

구토에 관한 기록.

 고양이는 구토가 잦은 동물이다. 그루밍하다가 들어간 헤어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싫거나 맞지 않는 약재에 대해 반응으로 구토를 하기도 한다. 즉, 건강해도 구토를 한다. 일종의 조금 특별한 생리현상 정도랄까?

문제는 건강에 이상에 생겼을 때도 구토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구토라는 행위는 몸이 안 좋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행위고, 자세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어떤 상황에 무엇을 먹었고, 어떤 시간에 구토했는지, 구토 간격은 어떠한지, 무슨 색이었는지, 내용물 상태는 어떤지, 냄새는 어떤지 등 모두 기록하고 수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단비의 경우, 정말 구토를 심하게 한 적도 있는데, 이럴 때는 이런 기록들이 정말 중요해진다. 사진과 더불어, 설명은 꼭 정리하는 편이다.

이렇게 가볍게 기록하기도 한다. (새벽 5시.... 저 때 정말 지옥같았다.)

화장실에 관한 기록.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그래서 집사들은 감자(소변)의 개수나 크기, 맛동산(대변)의 상태를 직접 세심하게 체크한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설사나 혈뇨를 집중적으로 보는 편인데, 혈뇨의 경우 신장이 약한 단비 때문에 항상 체크하고 있다. - 가장 다행스러운 부분은 우리 냥이들은 음수량이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

화장실 기록은 필수다.

투약에 관한 기록.

 기본적인 건 아무래도 예방접종이다. 사상충 같은 매달 필요한 예방 접종도 존재하고, 종합 백신의 시기도 체크한다. 유산균과 같은 영양제부터 각 고양이의 지병 때문에 먹는 약, 시간에 맞춰 투약해야 하는 것들도 있기에 집사들은 알람이나 스케줄러를 사용하기도 한다.

단순 건강 뿐 아니라 행동 기록도 꼭 남긴다. 뭐 때문에 머리끄댕이를 했고, 누가 이겼는지!? 응?

이외에도 많은 기록을 한다. 밥이나 음수량, 그 외에도 고양이의 입으로 들어가고, 고양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모두를 기록하기도 한다. 아예 고양이 일기를 기록하는 집사들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고양이의 케어 방향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집사의 경험으로 남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 여러 의미로 -

이렇게 집사는 오늘도 고양이의 상태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