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김씨네/집사생활

집사의 분리 불안 말만 들어봤지, 직접 겪어보니.

백화집사 2021. 3. 11. 17:00

고양이 분리 불안은 들어봤어도, 집사의 분리 불안이라니. 뭔가 생소하지만 그럴 듯도 하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 없는 집사가 이리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 귀요미들을 집에 두고 어디 가려니......

고양이는 생각보다 여유롭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알아서 잘 큰다.' 라는 말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집사가 되면 쉽게 몸으로 겪게 된다. 조금만 공부하면 고양이가 혼자의 고독을 즐기는 동물이 아니라, 외로움을 아주 잘 타는 동물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밥이나 화장실, 기타 고양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자원들이 풍부하다는 전제라면, 1박 2일 정도는 고양이에게는 오히려 혼자만의 꿀 같은 시간이다. 물론 1박 2일도 횟수가 자주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아주 가끔이라면, 귀찮게 하는 집사도 없고 혼자서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비워보면 정작 고양이는 여유롭다. 애가 타는 건 집사 쪽이다. '물그릇을 엎어 놓는 건 아닐까?', '어디 구석에서 토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갑자기 아픈 건 아니겠지?', '벌써 보고 싶네' 등등등등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게 바로 집사 분리 불안 초기 증상이다. 

남는 스마트폰으로 CCTV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래서 준비했다. CCTV! 하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CCTV나 이동식 카메라 로봇, CCTV 앱까지. 이미 다양한 제품들이 집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밖에서도 우리 고양이가 뭘 하는지 볼 수 있고, 말도 전할 수 있으며 어떤 제품은 간식까지도 챙겨줄 수도 있다. '오 이런 것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막상 CCTV를 세팅하고 나니, 이제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자는 건가?', '아이고 돌아다니네~.', '어라 왜 울지? 날 찾는 걸까?'. 이제는 화면을 보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이 불안감이 직접적으로 바뀌다 보니 CCTV가 없을 때보다 더 심란하다.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이미 집을 나와 고양이와 떨어진 이상, 집사에게도 집사만의 생활이 필요하다. 당연히 고양이가 생각나도 보고 싶겠지만, '잘 지내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정 부분 놓을 필요가 있다. CCTV와 같은 솔루션은 될 수 있으면 정말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늘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체크 정도만 하자는 이야기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정말 물그릇 하나 엎었다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집을 나와 있는 집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불안해서 CCTV를 안 볼 수 없다면, 체크하는 시간대를 정해서 사용하자. 필자 같은 경우엔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자동 급식기 급여 시간에 맞춰서 확인하곤 했다.

어디 가냐옹~? 잘 다녀오라옹~ 들어올 때 두 손 무겁게 돌아오라옹~

집 비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고양이가 문제없다는 것을 자신에게 확인 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엔 1~2시간, 이후에는 5~6시간등 조금씩 비우는 시간을 늘리면서 고양이에게 집사가 집을 비울 수 있음을 인지시키고, 집사 또한 고양이가 그 정도 시간에는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양쪽 모두 떨어져 있을 때의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 자원이 풍부한 상태에서 진행하자. 집사가 비운다고 고양이의 삶의 질이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 키포인트다. -

자동급식 시스템을 갖춰 놓으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집사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집사에게도 자신만의 시간과 휴식, 이른바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 밸런스를 지키지 못하면 집착하거나 집사의 번아웃도 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게도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자기관리 하는 집사나, 그 집사의 고양이 모두 롱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