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분리 불안은 들어봤어도, 집사의 분리 불안이라니. 뭔가 생소하지만 그럴 듯도 하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 없는 집사가 이리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여유롭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알아서 잘 큰다.' 라는 말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집사가 되면 쉽게 몸으로 겪게 된다. 조금만 공부하면 고양이가 혼자의 고독을 즐기는 동물이 아니라, 외로움을 아주 잘 타는 동물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밥이나 화장실, 기타 고양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자원들이 풍부하다는 전제라면, 1박 2일 정도는 고양이에게는 오히려 혼자만의 꿀 같은 시간이다. 물론 1박 2일도 횟수가 자주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아주 가끔이라면, 귀찮게 하는 집사도 없고 혼자서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비워보면 정작 고양이는 여유롭다. 애가 타는 건 집사 쪽이다. '물그릇을 엎어 놓는 건 아닐까?', '어디 구석에서 토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갑자기 아픈 건 아니겠지?', '벌써 보고 싶네' 등등등등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게 바로 집사 분리 불안 초기 증상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CCTV! 하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CCTV나 이동식 카메라 로봇, CCTV 앱까지. 이미 다양한 제품들이 집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밖에서도 우리 고양이가 뭘 하는지 볼 수 있고, 말도 전할 수 있으며 어떤 제품은 간식까지도 챙겨줄 수도 있다. '오 이런 것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막상 CCTV를 세팅하고 나니, 이제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자는 건가?', '아이고 돌아다니네~.', '어라 왜 울지? 날 찾는 걸까?'. 이제는 화면을 보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이 불안감이 직접적으로 바뀌다 보니 CCTV가 없을 때보다 더 심란하다.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이미 집을 나와 고양이와 떨어진 이상, 집사에게도 집사만의 생활이 필요하다. 당연히 고양이가 생각나도 보고 싶겠지만, '잘 지내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정 부분 놓을 필요가 있다. CCTV와 같은 솔루션은 될 수 있으면 정말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늘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체크 정도만 하자는 이야기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정말 물그릇 하나 엎었다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집을 나와 있는 집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불안해서 CCTV를 안 볼 수 없다면, 체크하는 시간대를 정해서 사용하자. 필자 같은 경우엔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자동 급식기 급여 시간에 맞춰서 확인하곤 했다.
집 비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고양이가 문제없다는 것을 자신에게 확인 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엔 1~2시간, 이후에는 5~6시간등 조금씩 비우는 시간을 늘리면서 고양이에게 집사가 집을 비울 수 있음을 인지시키고, 집사 또한 고양이가 그 정도 시간에는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양쪽 모두 떨어져 있을 때의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 자원이 풍부한 상태에서 진행하자. 집사가 비운다고 고양이의 삶의 질이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 키포인트다. -
집사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집사에게도 자신만의 시간과 휴식, 이른바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 밸런스를 지키지 못하면 집착하거나 집사의 번아웃도 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게도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자기관리 하는 집사나, 그 집사의 고양이 모두 롱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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