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까 싶긴 하지만, 집사생활이 시작된 후, 우리 부부는 많은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다. 정확히는 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단순히 '귀엽다~.' 하고 기억에서 사라졌던 존재들이 집사가 된 후, 조금 다르게 기억에 남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선 우리 부부가 만났던 고양이 중, 그나마 사진이라도 남아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남겨볼까 한다.
제주도에서 만난 고양이.
확실히 여유가 있는 곳의 고양이는 좀 다르다. 사람을 피하긴 하지만, 공포나 거부감보다는 귀찮음이나 자연스러운 경계 정도가 느껴진다. 고양이마다 사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순 없지만,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는 고양이의 행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관광지에서 만난 고양이.
정말 여유가 넘쳤다. 이 사람 저 사람 신기하고 즐겁게 둘러보는 듯한 움직임. 가끔 지나다니는 차량에 관한 경계심은 있었지만, 사람에 관한 경계심은 딱히 없어 보였다. 굳이 오라고 부르지 않아도 천천히 다가와서 냄새를 교환하고, 사진도 같이 찍는 녀석. 보통 관광지의 고양이들이 경계보다는 이렇게 서비스(?)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게 고통받지 않고, 보살핌을 받거나 서로 피해 주지 않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관광지의 숙소에서도 고양이와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오고,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어 보이는 깨끗한 모습에 놀라웠고, 한동안 우리 부부와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 가는 녀석의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골목 주차된 차 밑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
도시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면 대부분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한 눈으로 봐도 지쳐 보이고, 귀여움보다는 안쓰러움이 먼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어느 정도 영역 내에서 살아내고 있기 때문에 성묘까지 자라줬을 것이다. 다친 곳도 살짝 보이는 것이 지금 영역 내에서 그다지 안정적인 삶을 영유하는 것 같진 않았다.
자주 지나다니는 골목이라 이후에 세 번 정도 마주쳤다. 어느 날은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있었고, 어느 날은 누군가가 바닥에 준 사료를 주워 먹고 있었다. 길고양이에 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아프다. 이런 모습들을 전엔 본 적이 없었을까? 아닐 것이다. 지금 집사가 된 이후,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일 뿐.
재개발 철거 건물에 있던 고양이들.
제일 마음이 많이 남아 있는 고양이다. 대략 2~3살 정도의 성묘였지만, 그 수명이 더 크게 남아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이 아파 보였고, 관리는 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누군가가 주는 밥으로 겨우 사는 듯했지만, 얼마 뒤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경계도 심해 보였고, 다른 고양이와의 마찰도 상당히 있었던 거로 보였다.
근처에는 녀석 외에도 많은 고양이가 보였다. 특히 밤 산책 중 만난 형제로 보이는 녀석들이 두어 번 눈에 띄었는데, 이 아이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참...... 무엇보다 길 위에서 녀석들이 성묘까지 잘 자랄 수 있을까? 머릿 속만 더 시끄러워진 산책길이었다.
이외에도 많은 고양이를 만났고, 지금도 산책하거나 어딘가를 가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고양이다. 필자가 유난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고양이를 반려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고양이와 스쳐 지나가 잊히는 그런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집사의 눈을 가졌으니.
이 글에 등장하는 고양이 중, 어쩌면 대부분의 아이가 지금은 고양이별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들의 삶의 기적이 벌어져 마음 넓은 집사에게 잘 케어 받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는데....... 욕심이겠지? 집사인 나는 그저 그곳이 어디든 그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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