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두 고양이가 정말 시끄럽게 뛰어다닌다. 눈을 비비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면서 이불에서 일어나니 녀석들이 침대를 차지한다. 요즘 우리 집 고영희 김씨 둘은 사이가 정말 좋다. 높은 곳에 뭔가 신기한 것이 있으면 단비가 꺼내고 루이와 나눠서 논다. 어찌나 팀웍이 좋은지. 아주 집사 가지고! 요 녀석들! (흐뭇). 하지만 이 둘의 사이는 계속 좋진 않았다.
합사의 시간이 길었다.
루이를 구조 입양 후, 대략 1년 후, 단비를 구조했다. 단비의 사정으로 루이와의 합사를 피하고 싶었지만, 묘연이란 참...... 결국 루이와 단비는 합사를 진행했다. 다만, 합사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기에 둘의 합사 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둘의 첫 만남은 생각보다 좋았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로 단비가 격리 중이었지만, 이미 한 집에 들어온 이상 둘은 서로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합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단비의 몸이 괜찮아지고부터 서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합사는 매우 순조로웠고, 루이는 단비를 자신에 영역 안에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합사 완료! 하지만~.
'합사 완료!'. 다묘를 키우는 집에서 한 번쯤은 외쳐보는 말이다. 당연히 우리도 외쳤다. 둘은 매우 잘 놀았고, 같이 잘 자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우리의 합사는 완전하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합사에 '완료' 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동거의 시작, 그리고 동거ing 만 있을 뿐.
생각해보면 인간도 마찬가지다. 동거도 하고 결혼도 한다. 그러다 이별도 하고, 이혼도 한다. 하물며 같은 피를 나눈 가족마저도 살면서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양이라고 다를까? 영역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생활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둘은 싸우기도 한다.
고양이들은 싸움 놀이라는 것을 한다. 잘 보면 다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물기도 하고, 같이 뒹굴면서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러다가 정말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작은 일들도 둘의 관계를 얼마든지 틀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관계의 흐름 속에 관리 및 중재하는 자가 있으니, 그 이름하여 집사다.
결국 다묘 가정의 집사는 관계 관리를 해야 한다.
말 그대로다. 둘의 사이가 좋을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좋은 기억도 만들어줘야 한다. 놀이할 때도 함께 할 때와 따로 공간 분리할 때를 나눠야 하고, 서로에게 매너를 지키는 방법을 훈련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고양이들은 더욱 돈독해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투 샷을 제공하기도 한다.
'공짜는 없다.' 는 말은 여기서도 쓰인다. 둘의 좋은 관계 형성을 만들었다고 '합사 완료의 착각.'에 빠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 장난이 괴롭힘으로 발전하지는 않는지, 서로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관한 부분을 집사들은 잘 관찰해야 한다. 쉬운 일은 없다.
고양이를 키울 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3살짜리 어린아이를 20년 키우면 된다.'라고. 그 말을 생각해보면 다묘 가정의 집사는 3살짜리 어린 아이, 2명 이상을 데리고 사는 것이다. '집사의 어린이집 개장~~! 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어린이 집은 앞으로 20년 정도 운영될 예정이다. 오늘도 냥린이집의 선생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집사들. (한숨)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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