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추위가 가고 바람은 솔솔~ 이제는 움직이면 제법 열이 나는 듯한 하루가 가고 있었다. 이런 날에 커피 한잔과 어울리는 음악은 필수라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던 중, 아이유의 밤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선곡. '이 밤~ 그날에~'.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잔다. 왜지?
함께 있던 루이는 갑자기 잔다. 딱히 이 시간에 자는 고양이가 아닌데,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인데, 그런데, 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존다. 눈이 무거운 게 느껴지고 꾸벅꾸벅....... '이 밤~ 그날에~'. '뚝'. 뭔가 느낌이 묘~해서 음악을 껐다. 갑자기 루이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다. '응?'. '이 밤~ 그날에~....'. 다시 졸기 시작한다.
'이거 뭐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이유의 밤편지만 틀면 루이가 졸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테스트를 해봐도 잠을 잔다. 심지어 떼쓰고 보채는 느낌이 들 때, 틀면 울음을 멈추고 잔다. '야, 너 고양이잖아.'.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유튜브에 '고양이', '음악' 의 키워드만 넣어도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고양이는 보통 피아노나 하프로 연주된 곡들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잔잔한 기타 소리와 부드러운 아이유의 목소리는 루이의 취향을 관통했나 보다.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고 하던데....... 고양이도 추가해야 할 판이다. 가뜩이나 잘 자는 고양이가 더 잘 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루이는 여성 보컬리스트에 조용한 발라드곡을 들으면 정말 잘 잔다. 밤편지만 들려주면 질릴 거 같아서 나중에는 밤편지 포함 10곡 정도를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서 자주 틀어줬다.
상당히 오랫동안 들었다.
루이는 밤편지를 거의 1년 가까이 들었다. 조금 아프거나 안정을 취해야 할 때, 혹은 좀 잘 잤으면 할 때, 무한반복 밤편지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물론 아주 작은 소리로 들었기에 사실 필자는 그다지 질리거나 괴롭진 않았다. 정말 웃기는 얘기인 건 굳이 아이유의 원곡이 아닌, 필자가 허접스럽게 부르는 밤편지여도 '이 밤~' 까지만 해도 벌써 반응이 왔다는 것이다. - 심지어 음도 자주 틀리고 가사도 자주 틀렸다. -
하지만 루이에게만.
단비가 들어왔을 때, 밤편지를 몇 번 들려준 적이 있다. 단비는 정말 무반응이었다. 사실 밤편지의 무반응보다는 음악 자체에 대한 반응이 없었달까? 뮤직 테라피가 통하지 않은 메마른 감성의 냥이 김단비...지만 우리에겐 따뜻한.(뭔소리야?). 여하튼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딱히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반응도 얻을 수 없었다.
이제는 좀 뜸해진 음악 감상.
단비와의 합사로 루이는 심심할 날이 없어졌다. 기존의 놀이 시간도 충분까진 아니어도 나름 신나게 놀 수 있을 정도로 배정되어 있었고, 단비와 우다다하는 시간까지 겹쳐지니 둘은 항상 꿀잠이다. 음악은 집사들이나 들으면 함께 듣는달까? 오늘은 오래간만에 루이를 위해 만들었던 플레이 리스트를 들어봐야겠다. 아깽이 김루이가 좋아했던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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