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이벤트가 있는 달이다. 평소 해본 적 없는 생각이지만, 고양이 두 녀석과 함께 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부부는 루이와 단비에게 '엄마', '아빠'와 같은 호칭을 쓰지 않는다. 사실 이 블로그나 SNS 에서 '집사'라는 호칭도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할 뿐, 실제로는 '형과 누나, 언니와 오빠' 등을 사용하고 있다. 뭔가 낳아준 실제 부모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동생'들로 잘 돌보고 있다.
고양이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식들을 독립시키거나, 루이와 단비같이 허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다른 무리를 위해 도태시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집고양이였거나 세상 모든 것이 자연 친화적이었다면 이런 혹독한 현실 자체가 없었겠지만, 길 위의 삶, 특히 도시의 삶은 조금만 떠올려봐도 그 고단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그 고단함이 좀 더 크게 피부로 와닿기도 하고, 사실 고양이를 좀 알아가는 이제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안 되긴 한다. - 알면 알수록 더하다. -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을 보통 3년으로 얘기하곤 한다. 전염병, 사고, 인간으로부터의 학대와 온갖 위험들을 생각하면 3년이라도 평안하게 살 수 있으면 다행일까? 이런 이야기와 연결하면 처음 얘기한 질문의 답은 마냥 낙관적이지 못하다. 사실 실제 녀석들조차도 위험한 순간에 만났으니 녀석들 부모라고 다를까 싶지만.
루이는 작은 놀이터 공원에서, 단비는 4차선 도로에서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 우리 부부를 만났다. 녀석들에게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이 두 고양이는 운명 같았다. 만약 우리를 못 만났으면 얼마 뒤 녀석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도 있었고, 녀석들을 못 만났다면 우리 부부도 이런 종류의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거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가끔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우리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들을 만나곤 한다. 동네의 길고양이라면 아마도 다 '멀리 사촌이고 사돈의 팔촌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도 멀리 보면 사실 다 가족일 텐데.......
유난히 따뜻하고 푸른 5월의 요즘, 녀석들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우리가 잘해줄 테니 너무 외로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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