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겨울. 때아닌 폭우 후,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 어디에서 다친 건지, 선천적인 장애인지 알 길 없이 비틀대는 걸음걸이로 나와 아내에게 다가와 울어대던 꼬마. 고영희김씨네의 첫째 고양이 김루이다.
늦은 밤, 공원 길목.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그 길 가운데 루이가 앉아 울고 있었다.
'냥~ 냐앙~ 냥~'
산책을 나온 우리 부부의 앞을 호기롭게 가로막은 꼬마 냥이는 어두운 데서 봐도 좀 꼬질꼬질하고, 배가 고픈지 무엇이라도 내놔보라고 쉴 새 없이 울었다.
'밥이라도 먹여야 하지 않을까?'
왜 그랬을까? 아내의 그 한 마디에 나는 얼른 새끼 고양이 밥을 사서 돌아왔다. 캔을 따고 주위의 쓰레기를 주워와 그릇을 만들었다. 물과 함께 놓아준 아기 고양이용 밥을 루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큰 정을 준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의 세계가 있기에, 굳이 치자면 나는 개입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밥을 먹은 모습을 확인한 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어차피 데려다 키울 거 아닌데.' 라는 생각에 만지는 것도, 정을 주는 것도 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루이는 아직 공원에 있었다. 누군가가 박스를 깔아주었는데, 그곳에서 쉬고 있었다. 오래전에 깔아준 것으로 보이는 박스는 얼마 전 내린 비로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녀석의 털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작은 영역로 생각했으리라. 눈치를 보니 딱히 떠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눈에 밟혔다. 측은했다. 서글펐고, 그러는 와중에 귀엽고 이뻤다.
'이렇게 고양이에게 인생 저당 잡히는 거구나. 정신 차리자.'
어차피 녀석과 나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어쩌다 밥이나 챙겨주면 모를까. 그런데 참 세상사 어찌 될지 모른다고 했던가. 상황이 급변했다. 공원에 나온 아이들이 귀찮았는지 루이는 자리를 피했다.
하필이면 아파트 내의 건물과 큰 돌 사이의 공간이었다. 문제는 루이는 이곳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일반적인 고양이의 점프력이라면 우스운 곳이지만, 녀석은 돌 하나를 비틀대면서 기어오르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내와 녀석을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하고, 결국 살리고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이 부분이 먼저였는지, 루이가 건물 뒤에 빠진 게 먼저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우리는 박스와 캔 사료 장갑 등을 준비했고 녀석을 구조했다.
근처 동물병원으로 달려간 우리는 여러 처치와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복막염 의심, 다리 골절, 신경 쪽 손상 등의 소견을 들었고, 입원을 진행했다. 어차피 녀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상황이기에,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준비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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